치킨집 옆에 피자집을 내면 괜찮을까. 메뉴가 다르니 경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. 입지맵 상권분석 연구소가 전국 도로 6만 2천여 곳에서 업종 40개가 만드는 짝 780개를 견주어 보니, 서로 다른 업종인데도 같은 길에 함께 있으면 서로의 2년 생존을 깎는 짝이 13쌍 나왔다. 치킨과 피자는 함께 있는 길에서 2년 생존이 각각 2.2%p·3.2%p 낮았다. 피자·양식·돈까스·중식, 삼겹살·갈비·곱창, 국밥·국수처럼 «오늘 한 끼를 무엇으로 할까»에서 서로 대신하는 업종끼리였다. 반대로 함께 있어서 둘 다 더 버틴 짝은 2쌍뿐이었다.
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보통 같은 업종이 몇 곳 있는지를 센다. 치킨집을 열 사람은 그 길의 치킨집을 세고, 피자집은 세지 않는다. 그런데 손님 쪽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. 저녁에 무엇을 시켜 먹을지 고르는 사람에게 치킨과 피자는 같은 줄에 놓인 두 개의 답이다. 입지맵 상권분석 연구소는 «메뉴는 달라도 손님이 같으면 서로 손님을 나눈다»는 말이 공공 자료에서도 보이는지 확인했다.
대부분의 업종은 옆에 무엇이 있든 2년 생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. 그래서 눈에 띄는 13쌍이 더 뚜렷하다.
| 판정 | 짝 수 |
|---|---|
| 차이 없음 | 639 |
| 한쪽에만 차이가 보임 | 65 |
| 경쟁 — 함께 있으면 둘 다 덜 버팀 | 13 |
| 함께 좋은 짝 — 함께 있으면 둘 다 더 버팀 | 2 |
| 길이 모자라 판정하지 않음 | 61 |
| 모두 | 780 |
아래 표의 숫자는 짝을 이룬 두 업종 각각의 2년 생존 차이다. «둘 다 있는 길»에서 그 업종의 2년 생존이 «그 업종만 있는 비슷한 길»보다 몇 %p 낮았는지를 왼쪽 업종·오른쪽 업종 차례로 적었다. 예를 들어 «치킨 ↔ 피자 −2.2%p · −3.2%p» 는 피자가 옆에 있으면 치킨집이 2.2%p, 치킨이 옆에 있으면 피자집이 3.2%p 덜 버텼다는 뜻이다.
| 업종 짝 | 왼쪽 업종의 2년 생존 차이 | 오른쪽 업종의 2년 생존 차이 | 둘 다 있는 길 |
|---|---|---|---|
| 피자 ↔ 양식·파스타 | −4.5%p | −4.7%p | 513곳 |
| 곱창·막창 ↔ 양식·파스타 | −2.9%p | −6.2%p | 461곳 |
| 피자 ↔ 돈까스·우동 | −2.3%p | −5.4%p | 1,042곳 |
| 삼겹살·구이 ↔ 갈비·한우 | −4.3%p | −3.5%p | 1,881곳 |
| 편의점 ↔ 햄버거·패스트푸드 | −2.7%p | −4.9%p | 1,949곳 |
| 삼겹살·구이 ↔ 곱창·막창 | −3.6%p | −2.4%p | 1,300곳 |
| 국밥·탕 ↔ 국수·면 | −4.2%p | −1.8%p | 2,222곳 |
| 피자 ↔ 중식 | −3.4%p | −2.3%p | 1,551곳 |
| 치킨 ↔ 피자 | −2.2%p | −3.2%p | 2,556곳 |
| 필라테스·요가 ↔ 곱창·막창 | −1.9%p | −4.0%p | 1,111곳 |
| 카페·커피 ↔ 학원·교습소 | −1.8%p | −1.8%p | 4,941곳 |
| 식품소매 ↔ 횟집·해산물 | −1.3%p | −2.0%p | 4,115곳 |
짝을 묶어 보면 손님의 고민이 보인다. 피자는 양식·돈까스·중식·치킨과 모두 부딪혔다 — «배달로 무엇을 시킬까»의 단골 답들이다. 삼겹살·갈비·곱창은 «오늘 저녁 고기는 어디서», 국밥과 국수는 «점심 한 그릇», 편의점과 햄버거는 «빨리 때우는 한 끼»에서 서로를 대신한다. 업종 이름은 달라도 손님의 지갑은 하나다.
카페↔학원, 필라테스↔곱창, 식품소매↔횟집은 손님이 서로를 대신한다고 보기 어렵다. 학원이 몰린 길, 주거지 안쪽 길처럼 길의 성격이 두 업종의 생존을 함께 끌어내렸을 가능성이 크다. 이번 셈은 길의 크기·상권 유형·활성도까지만 맞췄으므로, 이 세 짝은 «경쟁»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.
피부관리실과 분식·김밥집, 병원·의원과 네일아트는 함께 있는 길에서 둘 다 2년 생존이 높았다(피부관리 +2.4%p·분식 +2.6%p, 병원 +1.3%p·네일 +3.1%p). 한 번 나온 김에 함께 들르는 짝으로 읽힌다. «치킨집 옆 호프집»처럼 흔히 말하는 단짝은 이번 자료에서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다. 서로 돕는 이웃은 생각보다 드물다.
두 업종이 함께 있을 때 생존이 낮았다는 것은 함께 나타난 사실이지, 한쪽 때문에 다른 쪽이 문을 닫았다는 원인 증명이 아니다. 같은 업종 프랜차이즈끼리 맞붙은 자리를 본 앞선 글(«같은 길에서 맞붙은 프랜차이즈, 누가 남았나»)에서는 문 닫는 비율의 차이가 1%p 안이었는데, 그 글은 브랜드 가게의 폐업 비율을, 이 글은 모든 가게의 2년 생존을 보았기 때문에 두 숫자를 바로 견주지 않는다. 메뉴 단위(설렁탕과 갈비탕 같은)로 내려가 보는 일과, «한 업종이 잘 되는 길이 다른 업종에게도 좋은가»를 확인하는 일은 다음 연구로 남겨 둔다.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연구 결과이며 창업·투자 자문이 아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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